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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 온라인 글쓰기 상담실’의 가치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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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 온라인 글쓰기 상담실’의 가치와 효과

2009년 9월 전남대학교 교육발전연구원(이하 ‘교발원’)은 한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온라인 글쓰기 상담실’(이하 ‘글쓰기 상담실’ 또는 ‘글쓰기 센터’)이다. ‘글쓰기 상담실’은 한국연구재단/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2009학년도 교육역량강화사업 중 전남대학교의 교육 목적과 특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글쓰기 상담실’은 지난 2005년 이후 신입생 대상으로 실시한 ‘글쓰기(교양필수)’ 교과 운영의 성과를 계승하고, 운영 과정에서 확인한 피드백의 가치와 효과를 전향적으로 확산하려는 대학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또한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학부생을 글쓰기 상담원으로 양성하여 학부생의 글에 대해 온라인으로 피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과 운영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학 최초 학부생 상담 도우미 활용한 글쓰기 피드백 제공

‘글쓰기 상담실(또는 글쓰기 센터)’은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프로그램이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에 이어 전남대학교가 시도하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들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우리보다 먼저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을 투자하여 글쓰기 상담 서비스의 내실을 꾀하고 있다. 글쓰기 상담실 운영에서 전문 상담원의 자격, 능력, 태도는 상담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의 주요 대학은 대학원 과정(석/박사)을 이수한 사람 혹은 학부생 대상 특별 훈련을 통해 상담원을 양성하여 온라인/오프라인 상담원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 경험이 여러 형태를 통해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전남대학교가 추진하는 온라인 글쓰기 상담은 그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 특별히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그 동안 갖고 있지 않았으며,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훈련 받은 대학원생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할 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학기 실시한 ‘글쓰기 상담실’의 가치와 효과를 검토해보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글쓰기 상담실 운영의 목적

‘글쓰기 상담실’ 개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글쓰기’와 ‘피드백’에 대한 교수 및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교발원은 학생들이 작성하는 다양한 유형(소론, 자기소개서, 연구제안서, 서평, 감상문, 각종 보고서 등)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피드백의 가치와 효과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교발원은 이런 피드백 활동이 궁극적으로 학부생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둘째, 상담 의뢰자와 상담 도우미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양자 모두의 기초능력(비판적 사고력, 합리적 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신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학부생을 상담 도우미로 활용하는 우리 프로그램만이 가질 수 있는 목적이다. 우리는 언급한 기초 능력이 글쓰기 상담 과정에서 양자 간에 자연스럽게 체득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 그 효과를 다양한 경로(만족도 조사 및 면담)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각 학문 분야별 우수 학부생 20명 대학원생 5명 선발 후 전문 교육 실시

지난 2학기 동안 ‘글쓰기 상담실’에서 상담 역할을 수행한 도우미는 25명이다. 이들은 전체 재학생 중에서 글쓰기/논술 중심 전공 교과 성적, 글쓰기 능력, 소통 능력 등을 감안하여 뽑은 우수한 학생들이다. 선정된 25명의 상담 도우미는 총 1백44명(학부생 93명, 대학원생 51명)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 심사, 면접을 거쳐 학부생 20명, 대학원생 5명으로 구성하였다. 선정 기준은 1차 서류 심사에서 학점, 글쓰기 및 논술중심전공교과 이수 경력, 지원 동기, 활동 경력, 글쓰기 능력 등을 평가하였고, 2차 면접에서는 글쓰기 관련 지식 및 경험, 의사소통능력, 열정 등을 평가하였다. 교육발전연구원은 예상되는 글쓰기 상담 수요자들의 요구가 전 학과/학문 분야에 걸쳐 다양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도우미들의 소속 학과를 골고루 안배하여 최종 선정하였다. 이들 상담 도우미들은 학과 단위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는 전임교원을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이기도 하다.


피드백 매뉴얼 구성, 특별 교육, 정기 연수과정 통해 상담 도우미 전문성 제고

교육발전연구원은 이번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상담 도우미의 피드백 활동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여 적용할 수 있는 특별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피드백 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매뉴얼)을 만들었다. 상담 도우미들은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가기 전에 피드백과 관련한 지식, 기법, 태도를 훈련받았고,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는 매달 1번씩 정기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평가하고 공유하는 연수 과정을 거쳤다. 이 작업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유형의 글에 대한 피드백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온라인 상담은 면대면(오프라인) 상담이 갖는 장점, 즉 상담원이 수요자(학생)와 직접 마주 앉아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듣고 직접 대응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 교육을 통해 우리는 온라인 상담이 초래할 수 있는 단점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상담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상담 의뢰 후 3일 이내 주제, 내용구성, 표현 등에 피드백 제공

상담 도우미들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개별 학생의 글에 피드백을 제공했다.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은 교발원 홈페이지(글쓰기 교육지원 ->글쓰기 상담실)를 통해 상담 내용을 의뢰하면 3일 이내에 글의 주제, 구성, 표현 등에 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교육발전연구원은 ‘글쓰기 상담실’이 잘 정착되면 전남대학교 정규 교과 운영을 활성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자신의 최종 과제를 교수에게 제출하기 전에 동료 학생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쓰기 상담실에서 이뤄지는 동료 피드백 과정과 그 결과는 교과 담당 교수가 ‘내용 중심의 피드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은 상담 도우미들과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기초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어 정규 교과 운영에 획기적인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쓰기 상담실 운영에 대한 설문 결과 94%가 만족

2009년 2학기 글쓰기 상담실에 의뢰된 글은 총 3백4건이었다. 이용자를 학년 별로 구분하면, 1학년생이 178건(58.6%), 2학년생이 51건(16.8%), 3학년생 40건(13.2%), 4학년생 35건(11.4%)으로 나타나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1학년 학생들의 이용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입생 시절에 글쓰기를 비롯한 기초능력의 기반을 탄탄하게 닦아야 한다는 점에서 1학년생들의 높은 이용률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운영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사항은 만족도이다. 상담 도움 여부에 대해 이용자들은 ‘94%(매우 도움 59%, 도움 35%)가 도움이 되었다, 6%가 보통이다’고 응답했다. 도움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55%가 내용의 구성에, 주제와 내용 적합성에 26%, 표현의 적확성에 15%, 기타 4%’로 답했다. 상담실 이용 만족도는 9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상담 내용 및 상담실 운영 전반에 대한 이용자들의 높은 평가를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여수캠퍼스 학생들이 글쓰기 상담실 이용자의 약 33%(1백명)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온라인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여수캠퍼스 학생들이 광주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쓰기 상담실의 상징적 가치: 전남대학교 글쓰기 교육 특성화 체제 구축

전남대학교 ‘글쓰기 상담실’ 운영이 지닌 상징적 가치와 실질적 효과는 매우 크다. ‘글쓰기 상담실’은 최근 교육개혁의 큰 주제인 ‘기초능력’ 신장에 대한 우리 대학의 관심을 대표한다. 현재 시점에서 ‘글쓰기 상담실’ 운영이 지니는 상징적 가치는 매우 높이 살만 하다. 대학은 학문 활동의 꽃인 ‘글쓰기’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작품의 질이 그 대학과 졸업생의 수준을 말하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는 교육과정에 글쓰기를 중시하고, 교양 필수로 ‘글쓰기’ 교과 의무 이수, 핵심 교양에서 논술 및 피드백 강화, 논술중심전공교과 운영 등의 큰 틀을 갖췄다. 특히, 그 동안 교수진의 피드백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온 대학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번 글쓰기 상담실 운영 결과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글쓰기 상담실의 피드백을 거친 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질적으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수들이 더 높은 수준에서 학생 글에 피드백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 대학들의 교육과정 개혁과 비교해 보면, 전남대학교는 지난 2학기에 글쓰기 상담실을 구축하고 실제 운영을 통해 전남대학교 특성에 맞춘 상당한 수준의 글쓰기 운영 체제를 갖췄다고 자부해도 된다.


글쓰기 상담실의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는 무한대

글쓰기 상담실에서 얻은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는 특별히 주목할만 하다. 교육적 효과는 두 가지로 나눠 말할 수 있다. 먼저 상담 의뢰자가 얻은 교육적 효과이다. 학생들은 글쓰기 상담실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쓴 글의 ‘주제’를 제대로 잡았는지, 그 주제에 적합하게 ‘내용’이 구성되었는지, 적확한 ‘표현’을 쓰고 있는지를 검토받고 개선할 수 있었다고 설문에 응답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용자 면담 결과에 따르면, 글쓰기 상담실 이용자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주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글쓰기 상담실을 이용하면서, 상담 도우미가 주는 피드백의 가치와 효과를 인정하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는 데 부담을 덜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피드백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실질적으로 신장되었다고 답했다. 특히, 협력 작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글을 쓰는 데 자신감을 갖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에게는 큰 성과이다.

그 다음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담 도우미들이 체득한 교육적 효과이다. 이들은 모두 4차례에 걸쳐 상담에 필요한 전문교육을 받았다. 상담 실시 전에는 피드백과 관련한 지식, 기법, 태도를 훈련받았고,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는 정례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연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들 상담 도우미들은 상담 의뢰자 글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도우미들 간의 교차 확인 작업(학부생 도우미 피드백 내용에 대한 대학원생 도우미의 검토)을 거쳤다. 예를 들어, 상담 의뢰를 받은 글에 대해 학부생 도우미가 먼저 피드백하면, 그 다음에 대학원생 도우미가 학부생 도우미 피드백 내용의 적절성을 검토한 후 최종 피드백을 의뢰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상담 전문성 신장 훈련과 실제 상담 과정을 통해 이들 상담 도우미들은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지도력 등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들 상담 도우미들은 각 학과 단위로 실시하는 글쓰기 교육에서 강의조교로 활용해도 좋을 정도의 피드백 관련 지식, 기법, 태도를 체득했다.


노출된 문제와 개선 방안

이번 '글쓰기 상담실' 운영 과정을 통해 확인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홍보의 부족이다. 시범 운영이다 보니, 교수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확인한 상담 피드백 서비스의 가치와 효과를 더 많은 학생들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교수진의 협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상담 서비스 의뢰가 기말고사 기간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의 경우 기말 고사 즈음에 매일 평균 20건씩의 상담 글이 쇄도하였다. 이것 또한 교수의 도움이 필요한데, 보고서 제출 기간을 적절하게 조정하여 기말 고사 전에 상담 피드백을 받도록 배려하면 좋겠다. 세 번째는 방학 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방학 중에도 계절학기가 진행되고, 학생들이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인원으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쓰기 상담실은 신비한 마술 상자 같은 것

나는 지난 2학기 ‘글쓰기 상담실’ 운영이 전남대학교 교육과정 개선 사업에서 중시하는 글쓰기 및 논술중심전공 교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상담 의뢰 학생과 상담 도우미 또는 상담 도우미들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에 실시한 ‘글쓰기 상담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드백이 교과 운영에서 특별하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성과와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이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온라인 글쓰기 상담을 통해 상담 도우미들이 동료 학생들의 글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동료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글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갖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신장하기 기대한다. 지금 여기서 내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는 조력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상담실’은 고통스러운 글쓰기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꽃이 되고, 스스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신비의 마술 상자와 같은 곳이다. 많은 학생이 잘 이용하여 자신의 글쓰기 능력 신장에 큰 도움 얻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염민호 교수(교육학과/교육발전연구원) 20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