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이 참 만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교수가 각 영역의 지식을 체계화해 내용을 잘 전달하기만 해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참여도 이끌어내야 하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며 사회적
관계도 능숙한 학생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다가 학생들마저 이전과는 특성과 능력이 너무 달라 그야말로 가르치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
간다.
가르치는 일을 힘들게 하는 여러 요소 중에 ‘학생의 변화’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입학전형이 다양화되고, 학생들이 대학에 바라는 사항도 변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준비도 혹은 기초학력의 격차가 매우 커졌다.
특히 수학ㆍ과학 분야의 기초학력은 학생의 출신고교, 입학전형의 성격에 따라 너무 달라서 대학에서 해당 과목과 연결된 교양이나 기초 수업의
진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런 기초학력의 차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 학생들을 강의실에서 만나 가르치는 교수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의
문제는 역시 강의실에서 교수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소다. 초중고에서 지속적으로 사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은 말 그대로 ‘떠먹여주는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학습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을 자기화’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학 수업 중에도 자기문제의식을
정리하려는 노력 없이 교수들의 정리와 요약자료에 의지하게 된다.
이런 최근 경향 때문에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특성과 학습진행과정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의 제목처럼
학생과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할지가 중요한 티칭기법이 됐다. 각 대학에서 교육을 강화면서 ‘교육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많은 교육상 수상자들의
강의노하우에서 공통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학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사항을 학생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교수법으로 소개한다.
1) 수업 시작 10분전에 강의실에 들어가라 수업시작 10분전에 강의실로 가서 미리 온 학생들과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나 고민을 이야기하고, 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하다보면 학생들의 학습진행과 어려움을 쉽게 점검할 수 있다.
2) 학생 이름을 외워라 학생 이름 외우기는 너무나 중요한 수업방법이지만 노력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 사진이 있는 출석부를 만들어서 항상 갖고 다니면서 이름을 외우는 것이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다. 만약 모든 학생의 이름을
외우기 전이라면, 수업 전에 몇몇 학생을 그날의 이름 부를 학생으로 선정해 그 학생들의 이름만이라도 불러서 질문하고, 이름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학생에게 말을 걸어라 수업 중에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질의응답의 반응이 줄어들 때, 보통
말을 잘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보자. 가벼운 질문이나 이미 논의된 사항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같이 부담스럽지 않은 질문부터
시작해 학생이 자기를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4) 자신만의 교재를 만들게 하라 ‘자신만의 교재’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풀이한 연습문제나 혹은 매
시간의 내용을 정리한 자료이다. 이것은 학생이 지식을 자기화하는 노력을 장려하는 것으로, 선생님이 만들어 준 수업자료가 아니라 매 시간 학생
자신이 수업기록을 만들게 하고 여기에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매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 5분 정도 시간을 갖고 그날의 수업을 정리하게 해서
선생님이 이를 체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5) 학생과 눈높이를 맞춰라 기초지식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 학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다양한 사례나 다양한 영역에서 소재를 활용하자. 일상생활에서 그 분야의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활동은 매우
유효하다.
6) 학생과 소통하라 강의 끝날 때 학생에게 쪽지를 나눠 주고 수업에서 긍정적인 면과 개선할 점 등을
적게 하거나,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나 건의사항을 적게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와 학생들이 수업에서
느끼는 점을 파악하기 좋다.
7) 좋은 멘토가 되라 교수의 역할은 지식의 전수자인 동시에 학생들의 삶의 가치에 도움을 주는
교육자이다. 강의 중 1~2번 정도는 수업 내용과 관련지어 대학생으로서의 삶이나 진로선택, 이성교제 등 일상적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삶의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해당 학문분야의 좋은 공부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준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은 학생과 교수의 상호작용이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가르치는 사람 중심으로 교육을 생각해오느라 교육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학생의 학습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학습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의 생각과 공감 혹은 교감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교육적 어려움을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민혜리 /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ㆍ연구부교수 2002년부터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재직하고 있다. 『성공적인 대학 수업을 위한
교수법 가이드』등을 썼다.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신문 발췌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