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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학습공동체 '더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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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학습공동체 ‘더나가’, 지식 공유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모범 사례<?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006년 이후 2008년까지 연인원 85명 인증 … ‘알찬 교육’ 토대 구축

 

  혼자서 일하여 특정의 결과를 얻는 것 보다는 여럿이 함께 일하면서 얻는 결과가 내게는 더 의미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는 운동 경기도 개인전 보다는 단체전을 좋아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팀 플레이는 힘들지만, 인내와 협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집단 작업의 과정은 참 역동적이며, 그 결과 또한 매력적이다. 책을 읽어도 동료들과 함께 읽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 혼자서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연구 활동도 혼자보다는 동료 혹은 학생들과 함께 하면 그 보람이 더 커진다. 운이 좋아 짝을 잘 만나면 내가 하는 일의 폭은 넓어지고, 그 내용도 깊어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짝(동료 교수, 학생, 직원)과의 인연에 내가 독자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나 자신의 존립 이유에 대한 사회적 관계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나 나의 짝에 대한 나만의 선호가 있었다. 그러나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짝에 대해 나 자신의 개인적 접근(선호)을 가능한 배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사회적 존재로서 조직인의 무게를 아주 무겁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속한 조직 속에서 이런 저런 관계로 만나는 다양한 인연에 가능한 한 충실하려고 한다.

 

자발적 참여로 지식 창출과 공유

 

  학습공동체(learning community)의 개념 구성에서 연구자들이 중시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두 번째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매개로 한 지식 창출과 공유이다. 개별 학습공동체의 목적이 어떠하든 간에, 나는 나의 학부 시절 참여했던 여러 가지 유형의 학습공동체(야학, 대학신문사, 학생회 인권복지위원회)의 경험과 국내외 대학원 과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했던 스터디 그룹 활동을 통해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내 경험에 따르면, 대학과 대학원 생활 중 나 자신의 인간관, 인생관, 조직관, 인간관계에 대한 영향력은 강의실보다는 비정규 교육과정에 참여한 결과가 훨씬 더 컸다. 내가 참여한 학습공동체는 나로 하여금 정규/비정규 교과 활동을 통합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활동을 통해 동료들 앞에서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토론을 통해 검증받았으며, 때로는 그 결과가 더 큰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더나가’는 이제 보통 명사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한 교수공동체’(약칭 ‘더나가’, Better Teaching Community)는 전남대학교 교수진이 동료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여 선진화된 교과 지식을 연구하고, 학생 중심의 교수법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교수 대상 ‘학습공동체’이다. ‘더나가’는 학부생 ?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공부일촌과 한울학습, 신입생-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뭣고-교학상장’과 함께 전남대학교만의 독특한 대학문화를 대표하는 ‘학습공동체’ 프로그램이다. 교발원에서 ‘더나가’를 운영한지 3년째 되면서 이제 ‘더나가’는 전남대학교 교수진 사이에 ‘보통 명사’가 되었다. ‘더나가’는 짧은 시간 내에 평가에 인색하다는 교수진의 인정을 받았다. 물론 ‘더나가’ 운영상 개선해야 할 점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학 내 부분적으로 널려져 있었던 교육에 대한 교수진의 관심을 집중화시키고, 교수 집단 내에 상호 소통의 장을 만들어 그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더나가’ 프로그램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체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이 학과() 차원의 정규 및 비정규 교육과정을 개혁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교수진의 ‘교육력’을 신장하는 데 있다. 또한 ‘더나가’는 전남대학교 교육에 관여하는 교수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임교수와 비전임교수가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모임은 관심있는 주제에 따라 전임교수 그룹, 비전임교수 그룹, 전임교수와 비전임교수가 함께 참여하는 그룹으로 구성할 수 있다. 공동체의 주제는 가능하면 ‘더나가’ 목적에 맞도록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모임 횟수는 한 학기에 5회 이상을 갖도록 권장한다. 더 많은 모임을 갖는 공동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5회를 유지하고 있다. 교수진이 한 한기에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정례적 모임을 갖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 대학 교수사회에 신선한 충격

 

  2006 8월 처음 ‘더나가’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교발원 프로그램 운영진은 과연 얼마나 많은 교수진이 참여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다. 왜냐하면, 대학 교수진의 가장 큰 관심과 시간 투자가 대부분 ‘연구 활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나가’ 참여를 통해 교수진이 얻을 수 있는 유인가도 크지 않았다. 게다가 ‘더나가’는 교수들이 모임을 꾸려 자기들만의 특성을 반영하는 고유한 이름을 정하고, 논의 주제를 구체화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비록 모임에 필요한 약간의 회식비 정도는 보조하고 있지만, 매번 모임의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한 프로그램 운영 규정이 교수진에게는 부담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하고,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교수진이 강제적 의무 사항을 부가한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까를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더나가’는 출범 당시만 해도 한국의 대학사회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하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교발원 운영진은 교수진의 참여가 얼마나 될까하고 속으로 많이 걱정했다.

 

  그러나 교발원 운영진의 염려는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갖는 걱정에 불과했다. 교수진의 자발적인 참여는 교발원  프로그램 운영진과 ‘교육’을 중시했던 대학 지도부를 감탄하게 했다. 2006 2학기에는 24개 그룹 12, 2007년에는 83개 그룹 366, 2008년에는 75개 그룹 337명이 인증을 받았다. 2006 2학기 이후 현재까지 연인원 865명이 신청했고, 선정된 818명의 교수 중 85명이 활동 결과를 인증 받았다. 참여 교수 중 2/3가 전임교수이며 1/3은 비전임 교수이다. ‘더나가’ 참여율은 대학 교수진이 협력적이지 않고, 개인적이며, 폐쇄적이다는 일반의 부정적 평가를 쇄신하기에 충분했다. 참여 교수들이 지난 3년 동안 모여서 논의한 내용을 보면 교육력 신장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 이유는 ‘더나가’에 참여하기 전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혼자서 고민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통의 관심을 가진 동료들과 토론을 통해 검증하고, 그 결과를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공통 관심 사안에 대한 집단 사고와 결과 공유

 

  지난 3년의 ‘더나가’ 운영을 통해 확인한 참여자들의 소감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동료 교수들과의 적극적 상호작용을 통한 지식과 경험의 공유이다. 예를 들어, 2008년에 참여했던 ‘이문소통(인문대학 독문과)’팀은 “신설 교과목의 수업 내용 및 방법에 대해 담당 교수진이 상호 공조하는 논의를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업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 ‘가르침과 배움의 사이’라는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더나가’에 참여했던 신철우(당시 교육학과 강사)씨는 “(팀원들) 각자가 갖고 있는 강의 기법과 학생과의 의사소통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전남대학교 교육발전연구원. 2006 연차보고서: 72). 둘째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책임’의식의 확산이다. 사범대학 위은화 교수(가정교육과 ‘가교인’)는 이제까지 모두 세 번에 걸쳐 ‘더나가’에 참여했단다. 그녀는 스터디 중심의 모임이 보람 있었지만, 보고서 제출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녀는 참여 이점 중의 하나로 “공동체 프로세스를 활용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책임과 관심으로 지속적으로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었다(전남대학교 교육발전연구원, 2007 연차 보고서: 91)”고 했다. 2008 2학기에 참여한 ‘물꼬(생활과학대학 생활환경복지학과)’팀은 “가르치는 자로서 공통의 고민을 해보며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내놓고 공감한 소중한 나눔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나가’에 참여한 학습공동체가 제출한 보고서와 소감문을 보면, 전남대학교의 많은 교수들이 대학의 본령 중의 하나인 ‘교육’ 활동의 개선에 실질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 관심을 수업 상황에서, 학생과의 면담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공 교과목 흐름도’와 ‘누드 대신 부모님의 초상화’

 

  2008 12 23 43명의 교수진이 참여한 가운에 2008 2학기 더나가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서는 9개 팀이 자신들의 한 학기 동안의 학습결과를 자발적으로 소개했다. 발표자의 분야가 달랐기 때문에 그 내용은 대부분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는 대학 차원에서 특별하게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세 팀의 사례를 소개한다. 첫째는 정영복 교수(자연대학 수학과)팀의 발표였다. 이 팀은 ‘수학과 연계 교과목 간의 상호보완 및 문제점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핵심 내용은 전공교수들이 함께 학과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 달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교과 운영의 내실을 추구하고, 학생의 진로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수학전공 교과목의 ‘흐름도’ 구성이었다. 왜 특정의 교과가 꼭 필요하며, 언제 가르쳐야 할 것인가, 선수 과목과의 연계 정도를 설명해주는 아주 명쾌한 ‘흐름도’였다. 또 다른 사례는 이상준 교수(경영대학)가 지적한 내용이었다. 이 팀은 IT Convergence와 관련한 교육현장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학습했는데, 교발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유형의 학습공동체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학습공동체는 집단 토론을 통해 공부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내용은 신경호 교수(예술대학 미술학과)의 논평이다. 신 교수는 미술학과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더나가’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교수진의 존재 이유에 대해, 학과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을 반성하며 대안 마련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 확인 작업이 학과 수준, 개별 수준에서 꾸준하게 진행되면, 개인 혹은 학과 차원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구축할 수 있는 열정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학과 학생들에게 ‘장미꽃 대신에 호박꽃을’ ‘누드 대신에 부모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그의 논평을 통해 나는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검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애정을 통해서만이 개인과 조직의 정체성 구축이 가능한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존재 이유에 대한 끊임없는 자성의 기회

 

  교발원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만들어낸 많은 프로그램은 ‘나(우리)는 누구인가?, ‘나(우리)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함께 찾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신입생, 재학생, 대학원생, 교수진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구체적으로 묻고 확인할 수 있었던 다양한 프로그램은 전남대학교 56년 역사 속에서 찾기 드문 것들이었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대학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들이었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수 학생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평은 “감사한다”, “많이 배웠다” 였다나도 정말로 많이 배우고 느꼈다. 내 생각에 전남대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성장하고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3년 반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찾았던 ‘길’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더 많이 소개할 기회를 갖기 기대한다.

 

염민호 교수 2009114